<?xml version="1.0" encoding="utf-8"?><rss version="2.0" xml:lang="ko" xmlns:atom="http://www.w3.org/2005/Atom"><channel><copyright>EASYMASTER. All rights reserved.</copyright><description>1인 출판사 출간 기록</description><language>ko</language><lastBuildDate>Tue, 03 Nov 2026 08:39:36 +0900</lastBuildDate><link>https://www.easymaster.io/journal/</link><atom:link href="https://www.easymaster.io/journal/rss.xml" hreflang="ko" rel="self" type="application/rss+xml"/><atom:link href="https://www.easymaster.io/journal/" hreflang="ko" rel="alternate" type="text/html"/><atom:link href="https://www.easymaster.io/journal/rss.xml" hreflang="ko" rel="alternate" type="application/rss+xml"/><title>출간일지 · 이지마스터</title><item><description><![CDATA[<p>닉 믈롱고의 장편소설 《Dog Eat Dog》 한국어판을 준비하며 남기는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p><h2 id=출판사를-만들기까지>출판사를 만들기까지</h2><h3 id=인문학을-전공하고-it-엔지니어가-됐다>인문학을 전공하고 IT 엔지니어가 됐다</h3><p>글을 쓰는 일에는 영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창피하고, 항상 내가 쓴 글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 경험을 탐하는 마음은 커서 선배들이 끄적여 놓은 날적이나 복사 용지에 출력되어 돌아다니던 유인물들은 늘 끼고 살았다.</p><p>하지만 교지를 만드는 일은 달랐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편집회의와 세미나. 그냥 진지함으로 포장한 잡담이었다고 하자. 매번 끝나고 하는 뒤풀이 회식에서 더 많은 말들이 오고 갔으니까. 친목을 나누는 사교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꽤 진지했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 가고 있는지, 아니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다 보면 선배고 후배고 없었다. 내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 것 같았으니&mldr;</p><p>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다짜고짜 찾아가 원고 청탁을 했다. 황당한 표정으로 어떻게 자기를 알고 왔는지 묻는 말에는 대충 얼버무리고,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선생님의 글을 우리 책에 올리고 싶다고 부탁하니 금세 표정이 풀렸다. 그때 알게 됐다. 책 만드는 사람은 글 쓰는 사람을 찾고, 글 쓰는 사람은 지면을 찾는구나.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직접 글을 쓸 필요는 없다.</p><p>그해 여름에는 문래동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인쇄에 쓰이는 필름을 들여다보았다. 교정쇄에 찍힌, 배경이 날아간 지면을 보면서 깨달았다. 책 만드는 일은 생각에 물성을 입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이런 일을 하면서 살게 되겠구나 생각했다.</p><p>졸업하면서 IT 엔지니어가 됐다. 알겠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일자리 찾기도 어렵고, 만족할 만한 돈을 벌기는 더더욱 어렵다. 게다가 사학을 전공했으니 기업에서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듯했다. 그때는 그랬다. 여러 해 코딩을 하면서 살았는데, 사람이 읽는 글쓰기는 그렇게 어렵더니 기계가 이해하는 글쓰기에는 소질이 있었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는 동료들과 아예 회사를 하나 차리기도 했으니, 남들 보기에는 그럭저럭 잘 풀린 셈이었다.</p><p>경력이 쌓인 개발자는 물건(프로그램)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책상에 앉아 메일을 쓰고, 파워포인트 문서를 작성하면서 누군가를 설득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려니 하던 일이 낯설게 느껴졌다. 앉은 자리도 어색하고 사람들도 나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때 알게 됐다. 나에게는 20년도 넘게 미뤄 둔 일이 있었구나. 회사를 그만두었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렇게 오래 미뤄 둔 일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또 다른 일을 해 보겠다고 자격증 공부부터 시작했다. 공부는 재미있었지만 시험에 합격하는 건 다른 일이다.</p><h3 id=1인-출판사를-만들다>1인 출판사를 만들다</h3><p>종이에는 결이 있다. 횡목, 종목. 책을 만드는 데는 내가 모르던 규칙이 생각보다 많았다. 한겨레출판편집스쿨에 등록해서 이것저것 배웠다. 등록부터가 쉽지 않았다. 세 번 시도 끝에 겨우 등록. 이걸 배우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mldr; 20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오랜만에 숙제하느라 밤도 새우고 발표도 하느라 7주는 금방 갔다. 이대로 수료하고 나가 혼자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동기가 남았다. 선생님께는 항상 새로운 걸 묻는다. 첫 번째 직업으로 책 만드는 일을 택한 동기들은 지금도 일자리를 찾느라 고군분투 중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눈부신 친구들이 될거다.</p><p>출판사 만드는 건 쉽다. 출판사 신고, 사업자 등록, 세금 관련 업무. 방법은 인터넷에 나와 있고, 모두 앉은 자리에서 했다. 우리나라는 고도로 발전된 IT 사회다. 물류, 배본, 인쇄, ISBN 신청, 그리고 서점 계약. 안 해 본 일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p><p>문제는 첫 책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작가가 없다. 아니 내가 만든 출판사에 기꺼이 원고를 주고 편집과 제작·유통을 맡겨 줄 좋은 작가가 없다. IT 기술이 있으니 AI로 번역을 돌리고, 최소 사양으로 찍어 내서 여기저기 입고해 볼 수 있겠다지만, 도저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p><p>욕심을 부려 본다. 출판사의 정체성을 세우는 첫 책은 벽돌책이다. 전공을 살려서 고른 책은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 로버트 단턴의 《The Revolutionary Temper: Paris, 1748-1789》였다. 에이전시에 문의를 넣었더니 웬걸, 판권을 줄 수 있다는 답이 왔다. 신이 나서 번역자를 찾아 나섰는데, 그렇게는 안 구해진다. 원서가 워낙 까다롭고 분량은 어마어마한 데다, 거기 들어 있는 사실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연구 성과를 따져 봐야 한다. 그게 편집자의 일이라고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직은.</p><p>어찌어찌 책이 나왔다고 해도 팔 자신이 없다.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사람들이 사 보지도 않는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자기만족으로 하는 일이 아니니까. 시간은 간다. 앉아서 고민을 하고 성과는 없어도 시간은 간다. 게다가 혼자 하는 일과 고민은 외롭다.</p><p>무슨 책을 낼 건데? 누가 읽었으면 좋겠어? 어떤 생각을 전달하려고? 그래, 출판사는 어떻게 유지할 거지? 답을 찾는 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아니, 도와줄 수는 있어도 답을 대신 내려 줄 사람은 없다.</p><p>포부는 거창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차별, 특정 세대 혹은 계층에게만 전가된 구조화된 가난과 모순. &lsquo;그걸 드러내는 책을 낼 겁니다.&rsquo; 이제 보니 부끄럽다. 정작 손에 쥔 원고가 하나도 없으니&mldr;</p><p>다음에는 첫 책을 고르게 된 과정과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a href=../southafrica/>《은조마네의 구구도생》 출간 기록 #2</a></p>]]></description><guid isPermaLink="false">tag:www.easymaster.io,2026-10-28:/journal/startup/</guid><link>https://www.easymaster.io/journal/startup/</link><atom:link href="https://www.easymaster.io/journal/startup/" hreflang="ko" rel="alternate" type="text/html"/><pubDate>Wed, 28 Oct 2026 08:39:36 UTC</pubDate><title>《은조마네의 구구도생》 출간 기록 #1</title></item><item><description><![CDATA[<p>닉 믈롱고의 장편소설 《Dog Eat Dog》 한국어판을 준비하며 남기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p><h2 id=남아프리카공화국-소설을-만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을 만나다</h2><h3 id=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프리카공화국</h3><p>가깝게 지내던 선배가 남아공으로 이민을 갔다. 왜? 거기에 뭐가 있다고? 그 나라는 한때 1980년대의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옥에 갇힌 재야 인사가 있었고,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그 이름을 크게 말하기 두려워했다. 그러더니 넬슨 만델라가 노벨 평화상을 받고, 악명 높던 아파르트헤이트가 선거로 종식됐다. 다인종, 다문화의 무지개 나라를 천명하고 선거에서 이긴 과반 집권당은 내각을 개방하여 연정을 구성했다.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던 피지배 인종이 오래고 질긴 싸움에서 승리하고 자신들을 괴롭히던 권력자들과 화합했다. 멀리서 본 남아공은 그랬다. 그리고 너무도 완벽해 보여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였기를, 앞으로는 평화롭기를 바랐다.</p><p>이민 간 선배와 연락이 뜸해진 뒤로는 소식이 궁금할 때 남아공 뉴스를 찾아본다.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끔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다. 험지에 가기를 꺼리지 않던 유명한 여행 유튜버도 경호원을 고용해서 요하네스버그를 여행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치안이 불안하고 경제는 외국 자본에 너무 의존하는 데다 인프라는 엉망이다. 어려울 때 뭉쳤던 흑인들끼리도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을 휘두르고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뉴스로 보는 남아공은 이랬다.</p><p>어쩌다가? 가까이에서 보지 않았으니 전혀 모른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던 거지?</p><p>남아공에도 많은 작가들이 있다. 내가 알지 못할 뿐.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지금은 Gemini와 ChatGPT, Claude를 쓴다. 자세히 묻지 않아도 작가의 프로필과 대표작까지 알려 준다. 1인 출판사도 어찌어찌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고르다 보니 강렬한 제목을 가진 책이 눈에 들어온다. 《Dog Eat Dog》. 요약된 줄거리를 찾아 읽어 본다. 흥미롭다. 작가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과장하지 않는다(이 책은 자전적 요소가 짙은 소설이다). 현실을 감당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할 것이다. 이제 전체 글을 읽어 봐야 한다.</p><p>아마존에 들어가 《Dog Eat Dog》을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막상 읽어 보면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겠다, 아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다음은 어떻게 하는 거지? 혼자 일하는 신생 출판사에 판권을 줄까? 번역가는 어떻게 구하지? 첫 번째 기획에서 주저앉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어쩌면 출판사는 신고할 때가 아니라 이제 시작인 거다.</p><p>다음 편에 소개할 이야기이지만, 아마존에 주문한 책보다 네덜란드에 있는 에이전시에서 보내 준 검토용 원고가 먼저 도착했다. 역시 생각하는 순서와 실제로 일이 진행되는 순서는 다르다. 읽어 보니 생소한 이름을 가진 익살스럽고 당돌한 대학생의 이야기다. 재미있게 읽다 보니, 헉. &lsquo;Nghoma ya makhalibode&rsquo;. 샹간어가 나온다. 다행히 작가는 영어로 병기해 놓았다. 번역하시는 분이 고생하겠는걸. 또 다른 고민을 해 본다.</p><h3 id=닉-믈롱고>닉 믈롱고</h3><p>Niq Mhlongo,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맞는지, 어떻게 발음해야 정확한지 아직도 어렵다. 작가는 요하네스버그 남서쪽의 흑인 거주 지역 소웨토에서 나고 자랐다. 남아공의 첫 번째 민주 선거 이후의 삶을 소설로 쓰고, 소웨토에서의 삶을 무척이나 자세히 묘사한다. 작가 자신도 1990년대에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를 다녔다. 첫 장편 《Dog Eat Dog》(2004)은 그 시절 대학생의 이야기다.</p><p>작가는 내가 궁금해하는 시간과 장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p><h3 id=은조마네>은조마네</h3><p>이름은 딩가만지 마케다마 은조마네. 친구들은 딩즈라고 부른다. 은조마네는 닉 믈롱고의 첫 번째 장편소설 《Dog Eat Dog》의 주인공이다. 1994년, 요하네스버그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에 다닌다. 남아공에서 처음으로 모든 인종이 한 표씩 던지는 선거가 열리던 해다. 세상은 바뀌었다.</p><p>그런데 학자금 지원 신청은 거절당한다. 등록금은 누가 내지? 머물던 YMCA 숙소에서는 여자를 방에 들였다는 이유로 쫓겨난다. 시험을 미룰 핑계를 찾아 가짜 사망 진단서를 구하러 다닌다. 성적은 바닥이다. 얻어맞고, 뜯기고, 쫓긴다. 대학에는 다니면서도 졸업한 뒤 자칫 노숙자가 될까 두렵다. 이 모든 것이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이후의 이야기다. 그렇겠지, 갑자기 나라가 민주화되고 인종 차별이 공식적으로 종식되었다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한꺼번에 바뀌었을 리가…….</p><p>그래도 은조마네는 주저앉지 않는다. 능청을 떨고, 둘러대고, 버틴다. 언뜻 암울해 보이지만 소설 속 풋내기 사기꾼은 주변과 충돌할 때마다 웃음을 준다.</p><blockquote><p>&ldquo;이 나라에서 백인들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야 해.&rdquo;<br>— 《은조마네의 구구도생》 중에서</p></blockquote><p>개처럼 비겁하고 구차해지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길을 찾는다. 구구도생(狗苟圖生)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던 거지? 은조마네는 이렇게 살았다.</p><h3 id=코파노-마틀와>코파노 마틀와</h3><p>은조마네의 1994년 다음은 어땠을까? 민주화의 희망 속에서 성장한 다음 세대는 무엇과 싸울까? 그렇게 또 다른 작가 코파노 마틀와를 만났다. 그녀는 1985년 프리토리아 인근 타운십에서 태어났다. 의대에 다니던 중 첫 장편 《Coconut》(2007)을 발표했다. 부유한 백인 거주 교외에서 자란 오필웨와 가난한 타운십 출신의 피킬레, 두 흑인 소녀가 주인공이다.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피부색과 문화적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백인 학교에 다니고 백인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ldquo;흑인이라기엔 너무 하얗고, 백인이라기엔 너무 검은&rdquo; 자리에 놓인다. 겉은 갈색이고 속은 하얀 코코넛과 같다.</p><p>또 다른 소설 《Period Pain》(2016)의 주인공 마세차바는 어릴 적 꿈대로 의사가 된다. 그런데 일하는 곳은 열악한 공립병원이고, 거리에는 외국인을 향한 혐오가 번진다. 뉴스로만 보던 바로 그 폭력이다. 작가 자신도 의사로 일하며 소설을 쓴다.</p><p>두 작품의 한국어판도 이지마스터가 펴낼 것이다. 단순히 그들의 경험과 생각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다가 남 탓도 해 보지만 끝내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 시대를 사는 주변의 이야기와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p><p>《은조마네의 구구도생》은 2026년 12월에 출간됩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한국어판을 가장 먼저 만나실 수 있습니다. <a href=https://tumblbug.com/dogeatdog rel=external target=_blank>텀블벅 펀딩 페이지</a></p><p>다음에는 국내 에이전시도 없이 무작정 덤볐던 책의 판권 계약 과정을 정리합니다.</p>]]></description><guid isPermaLink="false">tag:www.easymaster.io,2026-11-03:/journal/southafrica/</guid><link>https://www.easymaster.io/journal/southafrica/</link><atom:link href="https://www.easymaster.io/journal/southafrica/" hreflang="ko" rel="alternate" type="text/html"/><pubDate>Tue, 03 Nov 2026 08:39:36 +0900</pubDate><title>《은조마네의 구구도생》 출간 기록 #2</titl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