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

Dog Eat Dog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도착하는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 세대의 목소리

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간된 이후 20여 년이 지나도록 한국 독자에게 닿지 못했던 이 소설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직후를 살아낸 젊은 세대의 내면을 가장 생생하게 증언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닉 믈롱고는 소웨토(Soweto) 출신의 흑인 작가로서, 제도는 끝났지만 가난과 차별은 끝나지 않은 세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법적 차별이 철폐된 1994년 이후의 남아프리카는 ‘자유’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형태의 가난과 경쟁, 부조리를 품게 되었고, 이는 형식적 평등 뒤에 숨은 구조적 불평등이라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마주한 질문과도 겹쳐 읽힙니다.

믈롱고는 남아공 문학계에서 콰이토(Kwaito,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남아공에서 태어난 힙합·하우스 장르) 세대의 대표 작가로 불립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남아공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 문학의 가장 발랄하고 거침없는 새 목소리 중 하나"로 꼽은 바 있습니다. 그의 언어는 거칠고, 유머러스하며, 동시에 날카롭습니다. 서구적 시선으로 정제된 아프리카가 아닌, 거리의 언어로 쓰인 아프리카를 만나게 됩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거짓말과 편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개인의 생존기이면서 동시에 한 세대의 초상이기도 합니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무력해지는 순간을 경험한 모든 젊은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깊은 공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줄거리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해.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

주인공 딩가만지(Dingamanzi, 애칭 Dingz)는 소웨토 출신의 흑인 청년이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고 ‘무지개 나라’라 불리는 새로운 남아프리카가 열렸지만, 그의 일상에는 여전히 가난이 들러붙어 있다.

등록금 고지서, 생활비 걱정. 딩즈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수시로 거짓말을 하고, 서류를 조작하고, 친구들과 싸구려 술집을 전전한다. 백인 교수의 편견에 맞서기도 하고, 흑인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 상처받기도 한다.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전전긍긍하지만, 앞으로 그가 마주하게 될 세상은 “개가 개를 잡아먹는(dog eat dog)” 야생의 삶과 다르지 않다.

사랑에 빠지고, 시험에 떨어지고, 경찰에게 쫓기고, 다시 일어서는 딩즈의 나날들. 소설은 그의 일상을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와 날것의 거리 언어로 그려내면서도, 그 이면에 자리한 한 세대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놓치지 않는다.

이것은 한 청년의 대학 시절 이야기인 동시에, 해방 직후 남아프리카가 마주한 진짜 현실에 대한 가장 정직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닉 믈롱고(Niq Mhlongo, 1973~ )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서 태어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에서 아프리카 문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6년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법학으로 진로를 바꿔 케이프타운 대학교로 적을 옮겼다가, 2000년 소설 집필을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2004년 데뷔작 《Dog Eat Dog》으로 남아프리카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 세대의 목소리’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은 2006년 스페인어판 『Perro Come Perro』가 Mar de Letras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뉴욕타임스는 믈롱고를 “남아공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 문학의 가장 발랄하고 거침없는 새 목소리 중 하나"로 꼽았다.

이후 《After Tears》(2007), 《Way Back Home》(2013) 등을 발표하며 남아프리카 현대문학의 중요한 작가로 꼽히고 있다.